아이가 백일이 되던 날, 새벽부터 일어나 바삐 삼신상을 준비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지만, 이미 삼신상에 대해 들어서 알아버린 뒤라 안 하는 것이 더 찝찝했기에 첫째와 둘째 모두 백일날에만 삼신상을 차렸습니다. 삼신상(三神床)이란 무엇이며 상 차리는 방법과 순서, 축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삼신상이란?
예부터 삼신할머니가 아기를 점지해 준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삼신상은 아기를 점지해 주는 세 신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담아 준비하여 올리는 상입니다. 여기서 삼신은 포태신(胞胎神), 태보 포(胞), 아이 밸 태(胎), 귀신 신(神)의 한자를 사용하는데 한자 그대로 아이를 점지하여 갖게 해 주고 보살펴 주는 신을 의미합니다.
삼신상에 담긴 의미
귀하고 예쁜 아기를 점지해 주시고 건강하게 태어난 것에 감사하며, 아기와 산모의 건강을 비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자녀가 귀한 집안에서는 집안에서 삼신을 모시기도 하는데 안방이나 마루, 부엌이나 집 안의 고요한 곳에 모시지만, 주로 안방의 윗목 구석에 모십니다. 삼신에게 산모가 건강하고 무사히 아기를 순산할 수 있도록 빌기도 합니다.
차리는 시기
전통적으로는 산모가 아기를 낳은 지 3일째, 7일째, 14일째, 21일째에 삼신상을 차리는데, 지역과 사람에 따라서는 출산 후 7일째부터 49일째 까지 삼신상을 차리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아기의 100일과 돌에 상을 차려 아기가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자라기를 빕니다.
상 차리기
상에 올리는 음식과 조리하는 방법은 집안에 따라,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세명의 신에게 올리는 상이기 때문에 각각 3개의 식기를 사용하여 차린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올리는 음식
<정화수, 흰쌀밥, 미역국>
삼신상을 출산 후 7일째부터 49일째 까지 차리는 경우에는 정화수만 놓고 7일마다 흰쌀밥과 미역국을 차립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에는, 흰쌀밥과 미역국 그리고 끓여서 식힌 정화수를 공통적으로 올리며 지역에 따라서는 백설기와 수수팥떡 등을 차린다고도 합니다.
<삼색 나물: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나물은 아기의 삼칠일 삼신상에는 생략 가능하며 백일 혹은 돌에 차리는 상에 올리면 됩니다. 삼색나물은 세 개의 색을 가진 나물들로 보통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를 사용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나물을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뿌리채소인 도라지는 조상을 의미하고 줄기채소인 고사리는 부모를 의미하며, 잎채소인 시금치는 자녀를 뜻합니다.
조상과 부모 그리고 자녀를 의미하는 나물들을 한 상에 차림으로, 조상을 기리며 자손의 건강과 안녕 및 번창을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차리는 시간과 방향
상을 차리는 날의 오전 12시 즉, 그날이 시작되는 00시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 차려 놓고 축문까지 읽습니다. 여름의 경우 해가 일찍 뜨기 때문에 당일 일출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상은 아기가 주로 활동하는 공간에서 동쪽 방향으로 차립니다.
주의사항
<조리 시 칼이나 가위를 사용하지 않는다.>
칼이나 가위로 자르는 것은 아기의 명을 자르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나물과 같이 이미 손질되어 나온 재료는 어쩔 수 없지만, 저는 조리 시 되도록 손으로 찢어가며 조리했습니다.
<마늘과 소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국과 나물을 조리할 때 마늘과 소금을 사용하여 간을 하지 않습니다. 마늘과 소금은 귀신을 쫓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리 간을 보거나 먼저 먹지 않는다.>
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며 미리 간을 보거나, 상을 차리기 전에 음식을 먼저 먹지 않습니다.
<미역국을 끓일 때는 기름과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기름기는 산모의 젖을 말린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에, 산모를 위해 기름과 고기를 넣지 않고 조리합니다. 그러나 속설은 속설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상에 올린 음식은 당일에 가족들이 나눠먹는다.>
정화수를 비롯해 상에 올렸던 모든 음식은 가족들이 당일에 모두 먹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상에 올릴 음식을 적게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정화수의 경우에는 버리면 아기의 복이 나간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반드시 버리지 않고 모두 마십니다.
순서와 축문
" 젖 잘 먹고 젖 흥하게 점지해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긴 명을 서리 담고, 짧은 명은 이어대서 수명장수하게 점지하고, 장마 때 물 붇듯이 초생달에 달 붇듯이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게 해 주십시오. "
1. 아기가 주로 활동하는 공간의 동쪽 방향으로 상을 차린 후 아기의 머리 역시 동쪽을 향해 놓아 눕혀 놓고 창문이나 문을 열어둡니다.
2. 위의 축문을 읽은 뒤 아이의 발을 만지며 '우리 아기 발 크게 해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3. 절을 두 번 합니다.
4. 아이 혼자 두고 방문을 닫은 뒤 10분 후에 들어갑니다.(상을 거실에 차렸다면 부모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10분 후에 아이가 있는 거실로 나갑니다.)
개인적인 생각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이지만 요즘은 미신으로 생각하여 차리지 않거나 삼신상에 대해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모두가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차린다고 해도 상을 차릴 때 지켜야 할 주의사항은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육아로 바쁘고 지친 부모들이 삼신상을 차리면서 힘들지 않아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삼신상을 차리든 차리지 않든지 상관없이 그저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들이 같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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